최고 6,000km까지 솟아오른 북한의 고체 연료 ICBM, 화성 18형.
미국 전역이 사정권에 들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사 결과에 큰 만족감을 나타난 걸로 전해졌는데,
이번에도 옆엔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아닌 10살짜리 딸, 김주애가 함께 했습니다.
지난해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한 김주애.
첫 등장 이후 아빠를 따라다니며 공개행보를 이어오고 있는데,
80% 이상이 군사 분야에서였습니다.
의전 수준까지 점점 높아져 자연스럽게 후계자설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김주애의 등장은 꽤나 갑작스러웠습니다.
그런 만큼 많은 설이 나돌았는데요,
김정은의 아내, 리설주와 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풍문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수령 유일 체제인 북한에선 넘버 투, 2인자란 없습니다.
오직 최고권력자 1명만 있을 뿐입니다.
이런 북한에서 실세로 꼽혀온 인물이 있습니다.
김여정입니다.
김일성 직계인 백두혈통으로, 오빠인 김정은을 '그림자 보좌'하면서 당 장악력을 키웠습니다.
군 장성들과 고위 당간부들이 김정은을 만나려면 먼저 김여정을 거쳐야 한다는 설이 돌았고,
김정은이 후계자를 정하지 못한 채 사망하면, 김여정이 권력 승계 1순위일 거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런 김여정의 위세는 어린 자녀를 둔 리설주를 불안하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권력 투쟁에서 밀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장성택 처형을 통해 똑똑히 지켜봤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의 9살짜리 딸, 김주애의 갑작스러운 등장.
후계구도를 둘러싼 권력 투쟁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올해 초부터 김여정과 리설주 간의 권력투쟁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김여정과 리설주 사이에서 모종의 권력 투쟁이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
북한 외교관을 지내다 귀순한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의 말입니다.
고 부원장은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리설주는 김여정이 과하게 적극적이라는 점을 우려했다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주애가 대외에 소개된 이후 김여정이 밀려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도 같은 취지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김주애의 공개행보와 관련해, 막강해진 김여정의 위세에 위기의식을 느낀
리설주를 위해 김 위원장이 딸을 공개한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후계 구도를 강조했다기보다는 김 위원장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여성들 간의 경쟁을 해소하려는 복잡하고 미묘한 제스처”라고 해석했습니다.
실제로 김주애의 등장 이후 김여정은 오빠 곁에서 점점 멀어지는 모습입니다.
지난 2월, '건군절'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로 진행된 열병식.
김주애가 김정은, 리설주와 함께 레드카펫을 밟으며 입장할 때
김여정은 군인들 뒤편에 홀로 서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카메라 앵글에 잡힌 적조차 없습니다.
북한의 최대 명절인 김정일의 생일, 광명성절을 맞아 열린 체육 경기에서도
김주애는 김정은과 함께 관람석 중앙에 앉아 집중 조명을 받은 반면,
김여정은 뒷줄 가장자리에 앉아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주애의 존재가 처음 알려진 건 미국 NBA의 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언론 인터뷰에서 2013년 방북 당시 김 위원장 가족을 만났고, ‘딸 주애를 안아 봤다’고 말하면서 부터였습니다.
김주애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곳은 '핵 수저'답게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시험 발사 현장이었습니다.
아빠, 김정은과 함께 한 첫 공개행보였습니다.
[인터뷰: 조선중앙TV (지난해 11월 19일)]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몸소 나오시여 발사 과정을 지도했습니다”
이후 김주애를 향한 북한 매체의 존칭 수식어의 수준이 꾸준히 올라갔습니다.
'사랑하는'에서 '존귀하신'으로 바뀌더니,
[인터뷰: 조선중앙TV (지난해 11월 28일)]
"경애하는 총비서동지께서 존귀하신 자제분과 함께 촬영장에 나오시자…."
'존경하는'으로까지 올라갔습니다.
[인터뷰: 조선중앙TV (지난해 2월 8일)]
“조용원 조직비서와 리일환 김재룡 전현철 당 중앙위 비서들이 존경하는 자제분을 모시고 귀빈석에 자리 잡았다”
호칭 변화는 더 눈에 띕니다.
지난달 말, 북한 당국은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김주애를 향해 '조선의 샛별 여장군'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선의 샛별’은 김일성의 초기 혁명 활동을 선전할 때 쓰는 표현으로, 북한에서 최고 존엄의 자녀에게 이 표현을 사용한 건 처음입니다.
대북 전문가들은 '장군'이라는 표현에 특히 주목했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숙, 김정은에 이어 다섯번째로 백두산 장군에 등극한 것이라면 예사로운 일이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4세대 백두혈통, 즉 김정은의 후계자가 김주애일 수도 있다는 뜻인데,
후계 구도를 암시하는 듯한 의도적인 김주애 띄우기는 올해 초, 기념우표 제작에서도 엿보였습니다.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 기념우표에서는 김주애의 백마가 담긴 우표가 제작됐고,
몇 주 뒤에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시험발사성공을 기념한다며 만든 기념우표 8종 가운데 무려 5종에 김주애의 모습이 실렸습니다.
김씨 일가 중 10살 전후로 기념우표에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밖에도 김주애는 지난 9월 정권 수립 75주년 기념 열병식 때 김정은과 함께 주석단 특별석 정중앙에 앉았는데,
군 서열 2위인 박정천 군정지도부장이 무릎을 꿇은 채 귓속말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앞서 8월, 해군사령부를 방문했을 때에는 김명식 북한 해군사령관이 김주애에게 거수 경례를 하고 허리를 숙이기도 했습니다.
수령 유일 체제의 특성상 후계 구도는 극소수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에 공개된 김주애의 최근 행보와 북한 동향 등을 고려할 때 '김주애 후계자설'은 여전히 유력한 가능성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정부도 김주애의 권력 승계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김 영 호 / 통일부 장관 (2023년 10월 외통위 국감)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행보를 본다고 한다면
그런(후계자일) 가능성도 열어놓고 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은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신상정보는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아들이 몇째인지, 김주애가 둘째인지 첫째인지조차도 불분명합니다.
일각에서는 김주애가 후계 수업차 유학을 가야 하는 아들의 안전을 위한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저 4대 세습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도구일 수 있다는 겁니다.
가부장적 사상이 지배적인 북한 사정상 김주애로의 세습은 말이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자식은 무조건 아버지의 성을 따라야 하는데, 김주애가 4대 세습의 주인공이 될 경우, 5대부터는 '백두혈통'의 김씨가 아닌 다른 성이 최고 존엄이 돼
사실상 세습이 끊기게 되는데, 북한 권력의 속성상 불가능한 얘기라는 겁니다.
신격화돼야 하는 김 씨 일가, 즉 백두혈통이
어릴 적부터 공개된 적이 없다는 점도
김주애 후계자설을 반박하는 근거입니다.
김주애가 후계자로 낙점을 받았든 아니든
북한이 김주애를 부각시키는 의도가
4대 세습 의지를 분명히 하고
이른바 백두혈통을 중심으로
체제 결속을 확고히 하기 위한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앞으로도
대내외 선전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김주애 띄우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주혜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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